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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억의 밤, 반전이 돋보이는 스릴러 영화

by 다정한 2022.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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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밤

새집으로 이사 온 날, 납치된 형

진석의 식구들은 이사길에 오릅니다. 새집에 도착한 진석은 처음 보는 집인데도 왠지 낯설지 않고 친숙합니다. 삼수생에 만성적인 신경쇠약증에 시달리는 진석에게는 못 하는 게 없는 형, 유석이 있습니다. 유석은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에 장애를 얻어 걸음걸이가 불편하지만 모두가 부러워하는 명문대를 나온 수재입니다. 진석은 그런 형이 유일한 자랑이자 가슴 벅찬 자부심이라 생각합니다. 이삿짐을 다 정리하고 새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 작은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그 소리가 신경 쓰이는 진석과 달리 가족들은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진석은 작은 방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던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방문을 열려던 순간 유석이 나타납니다. 그는 진석을 막아서며 예민해져서 그런 거라며 진석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갑니다. 이때 유석은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괴한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납치됩니다. 형의 납치를 목격한 진석은 괴한들의 차 번호를 외우고 집에 돌아와 쓰러집니다. 이후 진석은 매일 밤 누군지 모르는 남자가 고문당하는 악몽에 시달립니다. 납치당한 형을 수사하기 위해 형사들이 방문하고 이때 진석은 목격한 차 번호를 얘기합니다. 하지만 경찰들은 진석의 말을 믿지 않고 신경쇠약 환자 취급을 합니다.

돌아온 형이 수상하다.

보름이 지나는 동안 수사에 진전이 없던 어느 날 형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형은 지난 19일 동안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고 결국 납치사건은 미스터리로 남게 됩니다. 형은 돌아온 뒤로 어딘가 변해버린 모습입니다. 매일 밤 어디론가 사라지고, 공부하다 잠든 진석의 눈을 샤프심으로 찌를 듯한 이상한 행동을 보입니다. 이런 형의 모습에 의심을 키우던 진석은 형이 또다시 외출하는 모습을 보고 미행하기 시작합니다. 형이 두 다리로 멀쩡히 걷는 모습을 본 진석은 자신의 의심을 확신합니다. 택시를 타고 쫓아간 어느 골목길에서 형은 집에 찾아왔던 형사들과 만납니다. 욕을 하며 폭력까지 행사하는 거친 형의 모습은 지금까지 알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이를 엿보던 진석은 그들에게 들키고 맙니다. 황급히 도망쳐보지만 얼마 못 가 붙잡히고 맙니다. 진석이 정신을 차렸을 땐 책상에서 공부하다 잠든 모습 그대로입니다. 지난밤의 일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데 형은 신경쇠약증 약을 챙겨 먹지 않아 생긴 망상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진석의 눈을 찌를 듯한 샤프심은 실제로 책상에 떨어져 있었고 형이 내뱉는 말을 들은 진석은 망상이 아닌 사실임을 깨닫습니다.

1997년 일어난 사건

진석은 이 모든 사실을 엄마에게 알리지만 엄마 역시 진석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의심스러운 가족들에게서 벗어나려 집을 도망쳐 나옵니다. 죽을힘을 다해 경찰서로 달려간 진석은 안심하지만 신원 조회하며 이내 충격에 휩싸입니다. 그가 살아온 세상은 1997년이 아닌 2017년이었고 21살 삼수생이 아닌 41살의 자기 모습과 마주합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직접 알아봐야 했던 진석은 집으로 돌아가 2층 작은방을 확인합니다. 그곳은 끔찍한 범죄 현장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가족행세를 해왔던 아버지, 어머니, 형이 본성을 드러내며 진실을 알려줍니다. 1997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당한 모녀의 살인사건이 발행합니다.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떠들썩한 사건이었지만 결국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했습니다. 사건은 세월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 갔고 공소시효가 지나면서 완전히 묻혀버립니다. 이때 유가족은 돈으로 사람을 고용해 사건을 다시 파헤치기 시작하고 4년이 지난 어느 날 숨어 지내던 범인을 찾아냅니다. 범인은 바로 진석이었습니다. 유가족은 범인을 잡아 왜 그런 건지, 누가 시킨 건지,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고 싶었지만 진석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스스로 지워버린 해리성 기억상실증이었습니다.

범인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한 최면수사

아무 기억도 없는 진석을 그냥 죽일 수 없었던 유가족은 최면을 걸어 20년 전인 1997년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똑같이 재현한 집에서 살해 당시의 기억을 꺼내려했습니다. 최면 수사를 전담했던 전문가를 아버지로 둔갑시키는 등 철저한 계획 속에 역할극을 해왔던 것입니다. 유석에게 끌려가는 차 안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진석은 여전히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며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립니다. 유석은 도망치는 진석을 끝까지 추격합니다. 겨우 추격을 피하고 안심하던 진석은 트럭에 치이며 정신을 잃습니다. 큰 충격을 받고 길바닥에 쓰러진 진석은 드디어 과거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1997년 행복했던 진석의 가족,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인해 부모님을 잃고 형마저 중태에 빠져버립니다. 의사는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진석을 재촉합니다. 목돈이 필요했던 진석은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로 취업의 문턱은 높았고 고졸 학력으로 대출조차 받지 못하게 됩니다. 절박했던 진석은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합니다. 컴퓨터 채팅을 통해 청부 살해를 의뢰받고 고민 끝에 그 일을 하기로 합니다. 의뢰인이 알려준 집으로 들어선 진석은 막상 곤히 잠들어 있는 아들과 엄마를 보고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돌아섭니다. 이때 진석을 목격한 딸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자 실수로 딸을 죽이고 맙니다. 또한 이를 목격한 딸의 엄마도 살해합니다. 남자아이만 남겨두고 집을 빠져나오던 진석은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고 청부 살해 의뢰인이 형의 의사임을 알게 됩니다. 의사는 형편이 어려워지자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아내를 죽게 한 뒤 사망보험금을 타려 했던 것입니다. 진석은 의사를 찾아가 가족에게 왜 그랬냐고 묻고 의사는 아이는 건드리지 말고 엄마만 죽여달라는 요청을 어기고 딸까지 죽인 진석에게 화를 내며 건물 벼랑으로 내몹니다. 몸싸움을 벌이다 결국 의사는 옥상에서 추락해 죽고 맙니다.

반전이 돋보이는 결말

트럭에 치여 정신을 잃었던 진석은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고 유석을 보자마자 유가족에게 죽을죄를 지었다며 사죄합니다. 진석의 기억이 돌아왔다는 걸 알아차린 유석은 누가 시킨 건지 다그쳐 묻습니다. 이 사건에 집착하는 유석의 정체는 바로 진석이 살려준 남자아이였습니다. 살해당한 엄마와 누나, 건물 옥상에서 추락한 아빠마저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겨진 유석은 친척들에게 모든 재산을 뺏기고 보육원에 버려졌습니다. 유석은 어른이 되면 범인을 찾아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다짐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는 진석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빠가 시킨 일인지 묻습니다. 진석은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모든 것은 자신 혼자 한 일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유석은 이미 진실을 알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빠는 엄마가 죽기 한 달 전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살인자의 대답에 모든 것이 부질없어진 유석은 진석을 죽이기 위해 가져온 약물을 버려두고 병실을 나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모든 기억이 돌아와 괴로워하던 진석은 유석이 두고 간 약물을 스스로 주입하며 생을 마감합니다.

영화 '기억의 밤' 후기

2017년 11월에 개봉한 '기억의 밤'은 장항준 감독의 9년 만의 복귀작입니다. 1997년도 IMF를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시키며 시대의 비극을 미스터리 스릴러로 풀어냈습니다. 납치된 후 19일 만에 돌아온 형, 삼수생 진석 등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각 인물이 처한 상황을 암시하고 있어 예측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김무열의 소름 돋는 극과 극의 연기와 몸을 사리지 않는 강하늘의 열연은 결말을 알고도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충분한 이유입니다. 장항준 감독은 드라마 '시그널'을 통해 스타 작가로 등극한 김은희 작가의 남편으로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9년 만에 영화 연출은 맡은 장항준 감독은 '기억의 밤'을 통해 김은희 작가 남편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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