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윤희에게, 일본 오타루에서 온 러브레터

by 다정한 2022. 10. 5.
반응형

윤희에게

윤희에게 도착한 한 통의 편지

윤희는 남편과 이혼하고 고등학교 3학년 딸 새봄과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오늘도 일터로 향하는 차에 올라탑니다.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윤희의 얼굴은 외롭고 쓸쓸해 보입니다. 그녀는 급식실에서 일하고 퇴근하는 고된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일상이 지칠 땐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담배를 피우며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윤희는 시종일관 삶에 지친 표정으로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모습입니다. 버거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집 앞에는 이혼한 전남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윤희는 종종 술을 마시고 찾아오는 전 남편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어느 날 윤희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일본 오타루에서 온 이 편지는 마사코가 조카 쥰을 대신해 우체통에 넣은 편지입니다. 편지를 제일 먼저 발견한 새봄은 엄마의 편지를 몰래 읽어봅니다. 그 후 새봄은 엄마의 삶에 대해 궁금해하고 자신이 몰랐던 무언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삼촌의 사진관을 찾아가 엄마에 관해 묻기도 하고, 아빠를 찾아가 엄마와 왜 헤어졌는지 묻기도 합니다. 아빠, 엄마가 이혼하면서 엄마와 함께 살기로 했던 새봄은 엄마가 더 외로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가 웬일인지 엄마한테 자신이 짐이었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새봄은 엄마에게 편지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갑자기 눈이 많이 오는 곳으로 졸업 기념 일본 여행을 가자고 합니다. 다음 날 퇴근하는 윤희는 드디어 자신에게 온 편지를 읽게 됩니다. "윤희에게. 잘 지내니?"라고 시작하는 이 편지는 20년 전 윤희의 첫사랑 쥰에게서 온 편지입니다. 그날 밤 윤희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첫사랑으로부터 온 편지는 무기력했던 윤희의 일상을 바꿔놓기 충분했습니다. 윤희는 휴가를 신청하고 상사가 받아주지 않자 결국 직장을 그만둡니다. 얼마 후 윤희는 새봄과 함께 오타루로 여행을 떠납니다.

일본 오타루에서 20년 만의 재회

쥰은 일본에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릅니다. 그녀는 스무 살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아빠를 따라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에 온 뒤로 고모 마사코와 함께 오타루에 살고 있습니다. 고모 마사코를 의지하며 살아왔지만 그녀 역시 윤희와 마찬가지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가까운 사촌조차 세상의 편견으로 쥰을 바라봅니다. 사촌은 왜 결혼하지 않느냐며 한국 남자를 소개해준다 말하고 쥰은 정색하고 화를 내야 끝나는 이러한 상황에 지쳐 보입니다. 마사코는 쥰의 심경을 헤아리듯 소리 없이 그녀를 안아줍니다. 윤희와 새봄은 오타루의 한 숙소에 도착합니다. 새봄은 윤희에게 오전에는 각자 시간을 보내자 말하고 숙소를 나와 자신을 따라 이곳까지 찾아온 남자 친구 경수를 만납니다. 새봄과 경수는 비밀스럽게 윤희와 쥰의 만남을 준비합니다. 한편 쥰은 책상 위에 올려 둔 우편물이 없어진 걸 알고 마사코에게 편지의 행방을 묻습니다. 하지만 마사코는 모르는 척합니다. 새봄과 경수는 편지에 적힌 주소지를 찾아가 보기도 하고 마사코가 운영하는 카페를 찾아가 자신이 윤희의 딸임을 밝히기도 합니다. 쥰이 궁금했던 건 윤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윤희는 편지의 주소지를 찾아 쥰의 집 앞에 도착합니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쥰을 보자마자 숨어버립니다. 윤희는 사랑을 외면하고 살아온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물을 흘립니다. 한편 마사코는 쥰에게 새봄이 찾아왔단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날 윤희는 새봄을 경수에게 양보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바에 들른 윤희는 바텐더에게 한국말로 쥰과 맛있는 것도 먹고, 산책도 하는 소박한 재회를 바랐다며 고백합니다. 다음 날 새봄은 엄마의 옛 친구 쥰을 만날 생각에 들뜬 모습으로 마사코의 카페로 향합니다. 새봄은 어설픈 핑계를 대며 쥰에게 저녁을 같이 먹자고 제안합니다. 이후 윤희에게도 똑같은 약속을 잡습니다. 새봄의 노력으로 인해 윤희와 쥰은 결국 약속 장소에서 마주칩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20년 만의 재회, 그토록 보고 싶었음에도 두 사람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합니다.

여행 이후 새 출발을 꿈꾸는 윤희

한국으로 돌아온 윤희는 새 출발을 꿈꿉니다. 윤희는 인정받지 못한 사랑으로부터 도망쳤고 지난 사랑을 외면한 채 살아왔지만 우연한 첫사랑과의 재회를 통해 상처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청첩장을 들고 온 전 남편에게 자신만큼 외로웠을 그를 위로하고 축하해줍니다. 윤희와 새봄은 그동안 살아온 동네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삶을 시작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작성한 이력서를 들고 식당으로 들어가는 윤희는 비로소 활짝 웃어 보입니다. 그리고 윤희는 오타루의 쥰처럼 부치지 못할 편지를 씁니다. 쥰을 만나 충만했던 시절, 자신이 부끄럽지 않다는 쥰의 편지에 나도 더 이상 내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합니다.

윤희에게 촬영지, 영화 제목 의미

2019년 11월에 개봉한 임대형 감독의 영화 "윤희에게"는 윤희와 쥰의 여성 간의 사랑을 담은 퀴어 영화입니다. 영화는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일본의 오타루를 배경으로 촬영했습니다. 오타루의 눈 쌓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영화 '러브레터'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윤희와 새봄의 여행, 윤희와 쥰의 20년 만의 재회 등 모든 사건은 눈을 배경으로 이루어집니다. 임대형 감독은 눈이라는 배경을 통해 그리움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칠 줄 모르는 눈이 쌓이고 쌓이듯 두 주인공이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끊임없이 커져가는 것과 유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처음 영화의 제목은 '만월'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달을 보는 장면이 꽤 많이 나옵니다. 윤희는 영화 초반 초승달을 봤고, 일본으로 간 후 만월을 보게 됩니다. 초승달에서 반달을 지나 보름달이 되듯 윤희가 첫사랑 쥰에 대한 애틋함이 차오르고 있음을 담고 있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윤희는 영화 속에서 늘 외로운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혼한 남편 역시 윤희가 사람을 외롭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희는 어쩌면 과거의 상처 때문에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외롭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20년 만에 첫사랑 쥰과 재회하며 비로소 외면하고 살았던 과거에 대한 오랜 감정을 털어냅니다. 윤희는 여자라는 이유로 오빠에게 대학을 양보해야 했고, 쥰을 사랑한다고 했을 때도 가족들에게 정신병 취급을 받으며 결국 오빠가 소개해 준 남자와 억지로 결혼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남은 삶이 벌처럼 느껴졌던 윤희는 자기 삶에 주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합니다. 영화 마지막에 활짝 웃어 보이는 윤희의 얼굴은 사랑을 통해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엄마의 삶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응원하는 새봄이라는 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윤희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영화는 극적인 사건 없이 내내 잔잔하고 차분하게 흘러갑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하고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언젠가 다시 만나고 싶어 합니다. 윤희의 사랑 역시 남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엄마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딸

이혼한 가정에서 자라면서도 엄마에게 의지하기보다는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모습, 엄마의 옛사랑을 만나게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 등 윤희의 딸 새봄이라는 인물에 눈길이 갑니다. 걸그룹 아이오아이(I.O.I) 출신 김소혜는 윤희의 딸 새봄 역을 맡으며 "윤희에게"를 통해 처음으로 영화에 데뷔했습니다. 엄마에게 온 편지를 읽고 일본 여행 계획을 세우고 엄마의 첫사랑 찾기를 응원하며 누구보다 엄마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딸을 연기했습니다. 서울로 대학을 가면 집에 자주 오지 않을 거라던 새봄은 엄마와의 여행을 통해 엄마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첫 연기 도전임에도 당찬 모습으로 존재감을 나타낸 그녀는 영화를 통해 엄마의 삶이 어땠는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이 영화는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쥰의 편지로 시작한 영화는 윤희의 답장으로 마무리됩니다. '가끔 네 꿈을 꾸게 되는 날이면 너에게 편지를 쓰곤 했다'는 쥰, 윤희는 '나도 네 꿈을 꿔'라는 추신을 남깁니다. 김희애 배우의 내레이션으로 표현된 이 장면은 큰 여운을 남겼습니다. 앞으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느끼고 표현하며 살아나가는 윤희의 삶을 응원하며 영화 후기를 마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