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사랑과 이별 이야기
영화 '봄날은 간다'는 2001년 9월 가을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대한민국 멜로 영화의 거장 허진호 감독이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두 번째로 내놓은 작품입니다. '봄날'은 내 생애 손꼽히는 순간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의 찰나를 현실적인 사랑과 이별 이야기로 그려내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한국 멜로를 대표하는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배우 유지태, 이영애, 박인환, 신신애 등이 출연하며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라면 먹을래요?'라는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줄거리
영화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따라가며 살뜰히 챙기는 상우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주인공 상우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젊은 시절 아내를 먼저 보낸 아버지 그리고 고모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는 마당에 쌓인 눈을 밟으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순수한 남자입니다. 5년 차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는 강릉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자연의 소리를 찾아서 들려주는 프로그램에 내보낼 녹음 작업을 위해 함께 일하게 됩니다. 대나무 숲에서 부는 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사찰 풍경 소리 등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며 이곳저곳을 함께 다니던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집니다. 은수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눈치도 없고 숫기도 없는 상우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릅니다. 도통 관계에 진전이 없던 어느 날, 은수가 먼저 말합니다. '라면 먹을래요?' 상우는 은수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서울과 강릉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를 시작합니다. 은수에게 푹 빠져 도무지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우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눈치챌 만큼 티를 내며 연애를 이어갑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것은 물론, 술에 취해 서울에서 강릉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가 은수를 만나기도 합니다. 여느 커플과 다름없이 행복한 연애를 이어가던 어느 날 상우는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인사를 가자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상우의 행동이 부담스럽습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은수는 상우에게서 조금씩 멀어지려 하고, 상우는 그런 은수의 행동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납니다. 상우는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이 변하고, 결국엔 헤어지자고 말하는 은수가 원망스럽습니다. 겨울에 만나 뜨겁게 사랑했던 두 사람의 연애는 그렇게 끝이 납니다. 은수는 상우와의 이별에 어느 정도 적응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은수를 잊지 못하는 상우는 그녀의 집 앞에 찾아가 밤을 새우기도 하고 괴로움에 혼자 울기도 합니다. 다시 벚꽃 핀 봄, 어떤 이유에서인지 은수는 상우를 찾아옵니다. 상우는 손을 내미는 은수와 악수하고 그녀를 돌려보냅니다. 그리곤 점점 희미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끝내 외면합니다. 상우는 은수를 붙잡지 않습니다. 혼자 녹음 작업을 떠난 상우는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촬영지 정보 총정리
다양한 자연의 소리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은 강원도 삼척에서 강릉으로 이어지는 7번 국도를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봄을 시작으로 여름을 거치며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의 어긋남을 계절별 자연의 변화에 담아냈습니다. 대나무 숲에서 부는 바람 소리와 풍경 소리를 담은 곳은 삼척시 근덕면의 신흥사입니다. 봄의 푸르름으로 가득했던 이곳은 두 주인공의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삼척 터미널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신흥사에서 대숲 소리를 녹음한 촬영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파도 소리를 녹음 한 근덕면 맹방해수욕장은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 연인들의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넓은 백사장과 힘찬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맹방해수욕장은 동해를 대표하는 바다입니다. 영화 마지막에 혼자만의 녹음 여행을 떠난 상우가 서 있던 장소는 전라남도 강진군 저두리의 보리밭입니다. 무르익은 보리밭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장면이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없어졌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정선 보호수 마을과 강릉 오죽헌, 라면을 함께 먹었던 은수의 집, 삼본 아파트도 영화의 명소입니다.
영화를 보고 느낀 생각
우리는 흔히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지는 법이라고 말합니다. 온전한 감정을 나누는 사이에서도 이기고 지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사랑의 시작에는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별은 그렇지 않습니다. 순수하고 연애 경험이 없어 서툴기만 한 상우와 이혼이라는 이별의 아픔을 겪어본 은수는 처음부터 사랑을 대하는 자세가 달랐습니다. 은수는 연애가 꼭 결혼으로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우는 사랑에 이별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남자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책 속 문장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려고 내 삶에 나타난 사람이 있다.' 사랑에 빠져 휘청거린 경험은 누구나 있습니다. 사랑에 빠진 나를 누가 말린다고 해도 아무도 말릴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각자 인생에서 경험하고 지나가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삶의 경험치 같은 것입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이별의 아픔을 겪어내면 누구든 나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경험함으로써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이 영화는 계절이 변하듯 사랑도 인생도 모두 흘러간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또한 우리는 언제든 은수의 입장과 상우의 입장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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