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여성 김지영
주인공 지영은 젖병을 소독하고 쓰레기를 비우는 등 집안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결혼 후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여성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김지영이라는 이름은 80년대에 태어난 여성 중 가장 많은 이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서 둘째로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하며 자랐습니다. 졸업 후 취직한 직장에서도 매번 여자라는 이유로 팀 선발에 누락됐습니다. 지영은 남자들과 똑같이 공부했고, 똑같은 조건으로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결혼하면서 아이를 낳고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당연하게 육아는 지영의 몫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꿈과 경력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육아에 전념하게 됩니다. 지영은 이러한 현실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는 퇴근 후 성실히 육아를 돕는 남편 대현이 있습니다. 착한 남편의 존재만으로는 그녀의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육아와 전업주부의 반복된 일상에 우울증을 앓고 종종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지영의 행동에 대현의 고민은 깊어갑니다. 명절을 맞아 시댁으로 간 지영은 시어머니를 도와 명절 음식을 차리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 명절 제사를 모두 끝내고 지영이 친정으로 가려던 그때, 시누이 가족들이 도착합니다. 다시 시작된 명절 노동에 견디기 힘들 만큼 스트레스를 받게 된 지영은 다른 사람으로 빙의된 모습을 하며 하고 싶은 말을 내뱉습니다. 이 모습을 본 시댁 식구들은 모두 당황하고, 대현은 황급히 지영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립니다. 친정에서 한숨 자고 일어난 지영은 이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밖에 나가 일이라도 하면 괜찮아질 것 같았던 지영은 집 근처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대현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지영의 상태를 걱정하던 대현은 이를 반대합니다. 그러자 지영은 또다시 빙의된 모습을 보였고, 이를 본 대현은 속상함과 미안함에 눈물을 흘립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
시어머니는 대현에게 지난 명절 일에 대한 이유를 듣게 됩니다. 지영을 걱정하기보단 별나다며 쓴소리를 해댑니다. 지영의 친정엄마 미숙은 아직 지영의 상태를 알지 못합니다. 미숙은 청계천에서 미싱을 돌리며 돈을 벌어 오빠들을 학교 보내느라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자신의 꿈마저 포기하며 억척스럽게 살아왔습니다. 불합리한 차별의 시대를 직접적으로 겪으며 희생해온 미숙은 딸의 상처를 끌어안는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졸업식을 앞둔 지영에게 시집이나 가라며 윽박지르는 남편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지영의 편을 들어주는 미숙은 지영의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어느 날 지영은 예전 직장 선배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됩니다.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난 지영의 모습에 대현은 차마 말릴 수 없습니다. 결국 대현은 지영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자기 아들이 육아 휴직을 쓰게 된 것을 알게 된 시어머니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지영에게 화를 냅니다. 성이 풀리지 않았던 시어머니는 지영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터트리고 지영이 정상이 아니라는 말까지 내뱉고 맙니다. 놀란 미숙은 당장 지영에게 달려갑니다. 엄마가 도와줄 테니 하고 싶은 일 하라며 지영을 안심시키며 위로합니다. 그때 지영은 미숙의 어머니, 즉 할머니로 빙의합니다. 딸 지영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엄마 미숙의 억울했던 인생이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또한 엄마에서 딸로 이어져 온 불공정한 시대적 공감이 폭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지영을 안고 울던 미숙은 집에 돌아와 그동안 남편이 해왔던 차별적 행동들에 참을 수 없어 분통을 터뜨리고 맙니다. 지영이 잘못될까 봐 무서웠던 대현은 빙의된 지영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동영상을 본 지영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합니다. 결국 지영은 병원을 찾기로 마음먹게 되고 자신을 힘들게 했던 마음들을 의사에게 털어놓습니다. 병원 치료를 받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잡지에 실린 자신의 글을 보며 뿌듯해합니다. 이유 없이 상처받아야 했던 부당한 현실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도 보입니다. 크게 다를 것 없는 오늘과 내일이지만 일상 속 소소한 변화에 지영은 활짝 웃어 보입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리뷰입니다.
'82년생 김지영'은 동명 소설의 원작이 있는 영화입니다. 출간 2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 부 돌파했고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100선에 선정될 만큼 원작의 인기는 엄청났습니다. 개봉 당시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처럼 표현된 영화에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대립하며 이슈의 중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원작 소설을 읽었거나 영화에 대한 언급만으로도 비난과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며 주목받은 것은 물론 글로벌한 공감을 이끌어낸 것을 보면 결코 특수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은 증명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불합리를 불합리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영화 속 빙의는 어쩌면 말할 수 없었던 자신의 피해와 부당함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빙의는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내는 통로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공감과 타협의 계기는 될 거라 믿습니다. 영화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김지영과 같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경험했을 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편견들이 존재합니다. 한 번쯤은 이렇게 이야기해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영화는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언제나 너를 응원한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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