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의 늪에 빠진 수영선수 준호
영화는 운동선수의 금메달 소식이 국민들에게 힘을 주는 시대 1998년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아시아 수영 선수권 대회를 몇 주 남겨둔 어느 날 태릉 선수촌 근처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던 체육부 기자는 광수를 만납니다. 수영 국가대표 선수였던 광수는 학생 신분으로 술을 마십니다. 술을 마시고도 다음날 신기록을 세운 광수는 수영에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난 인물입니다. 자신의 재능을 믿고 마음대로 선수촌을 이탈하고 도박에 빠진 광수는 감독에게 매를 맞습니다. 매 맞던 광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선수촌을 뛰쳐나가고, 아시안 게임에 출전 자격을 박탈당합니다. 광수는 자기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억울하다며 기자에게 체벌 사실을 기사로 써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자 기자에게 돌아온 말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겠지'였습니다. 16년 후, 수영을 좋아하는 소년 준호가 등장합니다. 초등학생 준호는 수영 대회에만 나가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4등을 합니다. 실력만큼 따라주지 않는 대회 성적에 속상한 사람은 준호의 엄마입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4등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준호의 등수에 엄마는 오늘도 울부짖습니다. 그녀는 수영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전설로 불리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교회로 찾아갑니다. 메달을 딸 수 있는 코치를 소개해 달라며 노골적으로 물어보지만 선뜻 답을 주지 않습니다. 이에 포기하지 않고 교회로 출근 도장을 찍으며 성의를 보이자 결국 코치를 소개받습니다. 그는 바로 '광수'입니다.
성적은 올랐지만 멍투성이가 되다.
준호의 코치를 맡게 된 광수는 제일 먼저 준호 엄마를 수영장에 출입 금지시킵니다. 부모가 자식 일에 너무 간섭하면 운동 효과가 없다며 수영장에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합니다. 대회 메달은 물론 대학 합격까지 약속한 광수에게 제대로 된 수업을 기대했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수영장 근처에도 가지 않습니다. PC방에서 시간을 때우며 시간을 낭비하던 어느 날 참다못한 준호는 수영을 가르쳐달라고 조릅니다. 처음으로 준호의 수영 실력을 확인한 광수는 기대 이상의 실력에 놀랍니다. 광수는 준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제대로 가르쳐 메달을 따도록 만들겠다 다짐합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자 광수는 준호를 때리기 시작합니다. 멍든 준호의 몸을 보고도 엄마는 광수의 체벌을 묵인합니다. 준호가 맞는 것보다 4등이 더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메달을 딸 수 있다면 이 정도의 과정은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대회 날, 광수의 체벌을 견디며 성장한 준호는 2등을 합니다. 은메달을 딴 준호 덕분에 가족들도 행복해합니다. 하지만 이때 동생 기호의 말에 아빠는 체벌 사실을 알게 됩니다. 준호의 몸은 온통 멍투성이였고 이를 직접 확인 한 아빠는 곧바로 광수를 찾아갑니다. 16년 전 포장마차에서 기자와 선수로 만났던 두 사람이 학부모와 코치로 만난 것입니다. 아빠는 광수에게 준호를 더 이상 때리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하지만 광수는 또다시 매를 듭니다. 더 이상 맞고 싶지 않았던 준호는 수영장을 뛰쳐나와 아빠를 찾아갑니다. 그동안 어린 준호가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을 체벌을 참느라 꾹꾹 눌러둔 감정이 드디어 터집니다. 그리곤 수영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합니다. 갑작스러운 준호의 수영 중단 선언에 엄마는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준호는 수영을 포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없는 끌림으로 남몰래 수영장을 찾습니다. 경기를 치를 때의 수영장은 경쟁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레일을 걷어낸 새벽의 수영장은 자유롭고 평온해 보입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수영을 즐기는 준호는 순수하게 수영을 좋아했던 자신을 발견합니다.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깨닫게 됩니다. 준호는 1등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래야 자기가 좋아하는 수영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준호는 오늘도 힘차게 물살을 가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영화입니다.
영화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12번째 영화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참여한 만큼 영화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등수로 매겨지는 스포츠 교육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성적 지상주의에서 그동안 묵인해온 체벌의 관행이 정당한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매번 '4등'만 하는 선수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체벌이 아닌 다른 답은 없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준호가 겪는 체벌뿐만 아니라 준호를 코치하는 광수의 구타도 등장합니다. 이는 체벌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스포츠를 즐기다가 재능을 발견 후 전문선수로 전향하는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부분은 공부를 포기하고 운동에만 전념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정지우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다양한 종목의 운동선수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혼자 모든 것을 버텨내야 하는 수영이라는 종목의 특성을 영화 소재로 선택했습니다. 준호가 늘 '4등'만 하는 선수로 설정한 이유는 '4등'이라는 등수가 메달권 밖의 등수이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메달권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은 간절함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자녀를 둔 엄마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선수와 선수를 둔 학부모의 심정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영화입니다. 아이의 경기를 지켜보는 학부모의 마음은 모두 비슷합니다. 혹시라도 실수할까 조마조마 해합니다. 엄마는 자기 모습이 아이에게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의 시대를 겪으며 자라온 지금의 엄마들은 자식이 잘되는 것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기는 어렵습니다. 아이의 결과는 곧 부모의 결과가 되는 세상입니다. 그렇다 보니 엄마의 소망은 자녀를 향한 강요가 되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는 체벌을 묵인하는 학부모의 모습도 등장합니다. 아들의 체벌보다 4등이라는 성적이 더 무서운 현실은 어딘가 씁쓸해집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가 코치에게 폭행당한 사건은 큰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성적을 내기 위해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의 고민이 필요하고 폭력을 대물림하는 문화는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1등 만을 인정하는 성적 지상주의가 아니라 4등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쉽게 얘기할 수 없었던 우리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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